우리에게 예수님 십자가의 죽음은 너무나 익숙한 사건이고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건입니다. 우리는 이미 예수님께서 어떤 절차를 거쳐서 죽으셨고 죽기 전에 어떤 말씀들을 하셨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이미 셀 수 없을 정도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의 그림을 보았고, 연극도 보았고, 성경도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이 이상 십자가에 대해서는 말할 것이 없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십자가 위에서 죽으신 예수님을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을 상징하는 십자가가 우리 신앙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십자가가 없이는 우리의 신앙을 조금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십자가를 계속 말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또 있습니다. 그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우리의 삶에 온전히 적용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예수님이 죽으셨다는 것은 굉장한 일입니다. 이분이 죽은 것은 인간의 모든 역사를 통틀어 가장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신앙의 핵심이고 모든 것입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을 믿는다는 우리가 사실은 예수님의 십자가 위의 죽음에 대한 마음의 감동도 감격도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나를 위해서 대신 죽어주셨는데 그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 또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별로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스펄전 목사님이 기도를 하면서 십자가를 생각해도 감동이 안 되고 눈물이 안 난 것을 걱정해서 울었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 마음에 늘 예수님의 십자가에 대한 감사와 감격이 있어야 하겠는데 그렇지가 않은 것입니다. 매일 매순간 십자가의 감격과 감사가 있어도 예수님의 은혜를 보답할 수 없겠는데 일주일 동안 한 번도 그 감사와 감격이 없이 살아간다면 이런 사람은 결코 십자가를 잘 아는 사람이라거나 십자가 사건이 핵심이고 전부라고 하는 기독교인이라고 감히 주장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가 십자가를 계속 강조할 수밖에 없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 우리의 손과 발이 전혀 십자가와 상관없는 삶을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에는 여러 가지 교훈과 의미가 있습니다. 그 십자가의 가장 큰 교훈과 의미 가운데 하나는 자기희생입니다. 자신을 죽이고 남을 살리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그런 자기희생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제대로 믿는 사람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못 박는 인류의 죄를 용서해 주시기 위해서 죽어 주시기까지 했는데 우리의 삶 중에 이웃의 잘못에 대해서 결코 용서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그 사람에게 십자가의 신앙이 있다고 감히 말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머리로만 십자가에 대해서 박사가 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십자가의 모든 의미와 사실들을 아주 열심히 공부합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 십자가의 감동이 없고 십자가를 본받는 실천이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십자가의 감동과 감사만 충만한 경우도 있습니다. 열심히 찬양을 하고 눈물을 흘리며 십자가의 감동과 감격에 빠져들지만 그의 삶에 십자가를 가슴에 품은 삶이 나타나질 않는 것입니다. 단지 찬양을 할 때나 기도를 할 때, 또는 교회 안에서만 예수님의 십자가에 감격 감사할 뿐이지 그것이 일반 세상의 삶에 전혀 연결이 되질 않습니다. 십자가는 단순히 교회에서만 효력을 발휘하고 세상에는 전혀 필요 없는 것처럼 되어 있는 신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자기 구미에 맞는 목사님의 설교를 듣기 위하여 교회 홈페이지에 자주 접속합니다. 이것이 참 좋은 것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좀 씁쓸한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머리의 만족을 위해 또는 가슴의 만족을 위해서 말씀을 듣는 것만 사모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입니다. 물론 설교 말씀을 통해서 성령 충만해지고 머리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이 필요하지만 거기에만 만족해 버려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 십자가의 교훈을 따라 희생하고 사랑하는 일에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자신의 허전한 마음, 또는 자신의 교회 목사님의 설교로부터 얻지 못한 성경에 대한 지적인 통렬함을 얻기 위해서 그런 좋은 설교를 찾아 헤매듯이, 구제하기 위해서 구제에 관련된 홈페이지에 많은 방문객이 붐벼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또 그와 반대로 십자가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없고, 십자가의 진정한 사랑을 깨닫지도 못하고, 그 감격과 감사가 없이 구제와 선행에만 매달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부 서구의 기독교인들처럼 선행을 하기는 하고, 버려진 아이를 입양하는 일까지도 하지만 그 속에 진정한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없고, 뜨거운 신앙 없이 선행 그 자체에 매달리고 그 속에 마치 구원이 있는 것처럼 십자가를 잘못 믿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삶의 행위 가운데 진정한 십자가가 살아있는 신앙생활이 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