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틀 전날입니다! (2019.12.29)

 세월이 화살처럼 빨리 지나갑니다. 이틀만 지나가면 2020년 새해가 됩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2000년이 시작되던 해는 한 밀레니엄 세대가 시작되는 때라서 세상에 뭔가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필자는 그 무렵 그런 유형의 기대감과 함께 고국으로 다시 귀국했습니다. 40대 중반을 넘긴 팔팔한 기운으로 선교지에서 그랬듯이 고국에서도 원 없이 주님의 사역을 한껏 펼쳐보리라 상상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허상도 많았고 현실의 벽도 또한 두꺼웠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해놓은 것도 없이 발가벗은 모습의 몰골만이 나를 괴롭힙니다. 서유석의 노랫가락처럼 가는 세월은 그 누구도 잡을 수도, 막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시냇물이 흘러가는 게 세월이요, 시간인가 봅니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영국의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시간의 역사」를 통해 시간의 화살(흐름)을 이렇게 3가지로 대별해서 설명합니다. 첫째, 무질서 도(度)가 증가하는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 둘째, 우리가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방향인 미래가 아닌 과거를 기억하는 심리적 시간의 화살. 세 번째, 우주가 수축이 아닌 팽창하고 있는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입니다. 그가 말한 열역학적 시간의 흐름과 우주론적 시간의 흐름은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나 두 번째 시간의 화살인 심리적 시간의 흐름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늘 경험하는 피부에 와 닿는 시간의 화살입니다. 그것은 과거를 기억하며 시간이 가고 있음을 예측하는 심리적 시간의 흐름으로 가는 세월에 해당됩니다.


  사람은 미래를 바라보면서도 늘 과거를 기억하며 살아갑니다. 스티븐 호킹이 지적했듯이 과거를 기억하기에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인지(認知) 혹은 인식(認識)하게 됩니다. 어떤 사고로 인해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는 심리적 시간의 화살은 적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기억을 잃어버린 그 시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죠. 인간이 만든 시간의 흐름, 즉 초와 분과 시와 날과 달과 년은 인간의 작품이요 창조물입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달력은 양력(陽曆)으로 고대 로마의 정치가인 율리우스 시저가 기원전 46년에 제정한 것입니다. 이것이 그레고리력으로 바뀐 것은 기원후 1582년 교황 그레고리오 13세 때입니다. 그레고리력은 현재 세계 공용 양력입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위대함이 시간을 쪼개어 사용하는 데서 나타난다고 합니다. 희랍(그리스) 철학의 시간개념엔 두 가지가 나옵니다. 하나는 카이로스(kiros)로 영원한 현재란 뜻이며, 또 하나는 크로노스(chronos)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개념입니다. 어떤 성도님 한 분이 어느 날 회심(悔心)의 경험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회심의 시간이 카이로스에 속한다고 하겠습니다. 그 성도님은 원래는 매일 술독에 빠져 살만큼 애주가였습니다. 술로 인해 가정은 파탄 직전에 놓였고 본인은 거의 비정상인의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담배는 말 그대로 줄담배를 피워 대서 말 그대로 골초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그 자신도 그 중독증에서 벗어날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술도 담배도 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본인 말로는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는 끊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신의 간섭하심으로 갑자기 술이 끊어져 버렸다고 합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비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서 카이로스의 시간이 그에게 임한 것입니다. 그는 정확히 그 날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 후 그의 삶은 변화되었고 그의 가정은 점점 회복되어, 몇 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은 모든 것이 정상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부부 사이와 아버지와 자식 간의 사이가 좋아졌고 비록 적은 수입원을 갖고는 있지만, 그 나름대로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크로노스의 강물처럼 흐르는 세월은 붙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흘러가는 세월의 강물 속에 인생의 배를 띄워 거기에 자신을 실어서 나를 수는 있습니다. 유년기와 소년기, 청년기와 장년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심리적 시간의 흐름인 기억 속에 담을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오늘은 2019년 마지막 주일입니다. 아니지요.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요. 2020년 이틀 전날입니다. 이때에 인생의 선배들이 전해준 말에 주목해봅시다! “그대는 인생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시간(세월)을 낭비하지 말라.”(벤자민 프랭클린)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인생을 지배한다.”(에센 바흐) 시간을, 세월을 멈추게 하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영원한 현재, 카이로스로 순간순간 의미 있게 살아가는 삶을 살아봄이 세월을 멈추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지 않을까요?

  미켈란젤로는 30대 초반에 교황 율리우스 2세로부터 성당 천장에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조각에 많은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일을 거절하고 싶었습니다만, 그는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고 그 일을 수락했습니다. 그리고는 온 힘을 다해 그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그는 바티칸 시국의 작은 성당인 시스티나 천장에 12사도를 그려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12사도를 넘어 창세기에 나오는 아홉 장면을 뽑아 400명이 넘는 인물을 그려 나갔습니다. 그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그림을 그리는 4년 동안 작업 위치상 항상 누워 있어야만 했습니다. 어느 날 이렇게 고생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미켈란젤로에게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 “왜 그렇게 어두운 시스티나 성당 구석에서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을 열심히 그리고 있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때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보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보실 것이라는 이 한 마디를 통해 미켈란젤로가 얼마나 작품에 몰입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모두에게 일정하게 24시간을 주셨습니다. 이것은 그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습니다. 이렇게 모두에게 균등한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아끼고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시간의 활용도는 대단하게 달라집니다. 또한, 그 시간을 통하여서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데 있어서 가능성의 차이도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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